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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학생 스포츠로 떠오르는 얼티밋 프리스비, 교육 효과는?

by 박이그린 2025. 4. 6.

학생 스포츠로 떠오르는 얼티밋 프리스비, 교육 효과는?

 

1. 규칙 없는 경기? 오히려 교육적이다

얼핏 보면 얼티밋 프리스비(Ultimate Frisbee)는 단순한 원반 던지기 게임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종목은 “심판 없는 경기”라는 독특한 규칙을 갖고 있으며, 바로 이 점이 교육 현장에서의 활용 가능성을 극대화시키고 있다. 얼티밋 프리스비는 전통적인 스포츠와는 달리 심판이 개입하지 않고, 선수 스스로가 규칙을 존중하며 경기를 진행해야 한다.

이러한 구조는 ‘스피릿 오브 더 게임(Spirit of the Game)’이라는 철학을 중심에 둔다. 이는 공정성, 존중, 자기 규율, 책임감을 강조하는 것으로, 청소년에게 윤리적 판단과 자기 조절 능력을 길러주는 스포츠로 주목받고 있다. 실제로 세계얼티밋협회(WFDF)는 청소년 교육 프로그램에서 이 정신을 핵심 가치로 삼아, 국제 토너먼트에서도 페어플레이를 평가 항목으로 포함하고 있다.

기존의 체육 교육이 경쟁과 승부 중심이었다면, 얼티밋 프리스비는 협력, 소통, 책임감을 기반으로 한 교육적 모델을 제시한다. 특히, 경기 중에 발생하는 충돌이나 애매한 상황에 대해 학생 스스로 대화로 해결하도록 유도되기 때문에, 갈등 해결 능력과 커뮤니케이션 역량을 효과적으로 키울 수 있다.

 


2. 학교 체육 교육의 새로운 대안

최근 많은 교육 기관들이 얼티밋 프리스비를 체육 교육의 정규 수업 혹은 동아리 활동으로 도입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이미 수백 개의 중고등학교와 대학교에서 프리스비 리그가 운영 중이며, ‘USA Ultimate’와 같은 조직이 교육용 커리큘럼을 보급하고 있다. 특히, 이 종목은 별다른 장비 없이도 안전하게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도시형 교육 환경에 적합하다.

한국에서도 최근 몇 년 사이 얼티밋 프리스비를 학교 체육 활동으로 시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서울, 인천, 부산의 일부 고등학교에서는 프리스비 동아리 및 방과 후 활동 형태로 도입되었으며, ‘한국 얼티밋 프리스비 협회’는 청소년 리그 개최와 교사 대상 워크숍을 통해 점진적으로 기반을 다지고 있다.

이처럼 얼티밋 프리스비는 단순한 스포츠가 아니라, 학생 주도성과 자기 결정권을 강화하는 실천적 교육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무엇보다 교사와 학생이 ‘규칙을 함께 만들어가고 지켜야 한다’는 점에서, 민주시민 교육의 훈련장으로도 기능한다는 점이 주목된다.

 


3. 사회 정서 학습(SEL)과 얼티밋 프리스비

최근 교육계에서 주목받는 개념 중 하나가 사회 정서 학습(SEL: Social and Emotional Learning)이다. 이는 학생들이 감정 조절, 자기 인식, 대인 관계 기술, 책임 있는 의사 결정 능력을 기르도록 돕는 교육 방식으로, 미국, 유럽을 중심으로 다양한 커리큘럼이 개발되고 있다.

얼티밋 프리스비는 이 SEL의 핵심 요소를 실천할 수 있는 드문 스포츠 중 하나다. 예를 들어, 심판이 없는 상황에서 학생들은 직접 의사소통을 통해 상황을 설명하고 합의에 도달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감정을 억제하거나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는 태도를 학습하게 되며, 이는 교실에서는 경험하기 힘든 실천적 감정 교육의 기회를 제공한다.

연구 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2022년 미국 일리노이주 교육청 산하 ‘SEL Implementation Center’의 보고서에 따르면, 얼티밋 프리스비에 참여한 중학생 그룹은 일반 체육 활동 그룹에 비해 자기 조절 능력, 팀워크, 공감 능력에서 유의미한 향상을 보였다. 이처럼 스포츠가 단지 신체적 성장을 넘어서 정서적 성숙을 촉진할 수 있다는 점은 교육적 가치의 새로운 지평을 연다.

 


4. 다양성과 포용의 현장

얼티밋 프리스비는 성별, 나이, 체력 수준과 상관없이 함께 플레이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스포츠 중 하나다. 실제로 대부분의 리그는 혼성 경기(mixed-gender game)를 기본 형태로 삼고 있으며, 이는 스포츠 영역에서 흔치 않은 포용 구조다. 성별 구분 없이 팀을 구성하고, 경기 중 남녀 비율을 맞추며 협업하는 시스템은, 젠더 감수성과 협동 능력을 동시에 키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 점은 특히 중고등학생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남녀가 함께 협업하고 의사결정을 나누는 경험은, 사회적 고정관념을 깨고 성 역할에 대한 인식의 지평을 넓히는 데 기여한다. 또, 체격이나 운동 능력과 관계없이 다양한 학생이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기존 스포츠에서 소외되었던 학생들도 적극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심리적 진입 장벽이 낮은 스포츠로 평가받고 있다.

이러한 구조는 자연스럽게 상호 존중과 배려의 문화를 형성하며, 이는 이후의 공동체 활동이나 집단 프로젝트 등에서도 긍정적인 전이 효과를 유발한다. 다양성을 기반으로 한 스포츠 교육의 핵심은 바로 이러한 사회적 포용력 향상에 있다.

 

5. 결론: 미래 교육과 스포츠의 새로운 접점

얼티밋 프리스비는 단순한 비주류 스포츠를 넘어, 미래 교육의 패러다임을 실현하는 도구로서 부상하고 있다. 규칙 준수, 자기 통제, 커뮤니케이션, 다양성 존중, 성평등 등 오늘날 교육이 지향하는 가치들이 이 스포츠 안에 내재되어 있다.

특히 ‘스포츠=승리’라는 이분법적 접근에서 벗어나, ‘스포츠=성장과 학습’이라는 새로운 정의를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얼티밋 프리스비는 앞으로 더 많은 교육 현장에서 선택받을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스포츠가 학생들에게 단순한 즐거움만을 주는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적 태도와 공동체 의식, 자율성과 책임감을 내면화할 수 있도록 돕는 플랫폼이라는 점이다. 미래 세대가 건강하고 성숙한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스포츠. 그것이 바로 얼티밋 프리스비가 가진 진짜 교육 효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