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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소셜미디어가 만든 비주류 스포츠 스타들

by 박이그린 2025. 4. 5.

1. 비주류 스포츠와 디지털 미디어의 만남

 

한때 비주류로 분류되던 스포츠 종목들은 대중적인 관심을 끌기 어렵다는 한계를 지니고 있었다.

TV 중계나 대형 광고 후원이 기대되기 어려웠고, 자연스럽게 선수 개인의 인지도 또한 제한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유튜브, 인스타그램, 틱톡, 트위치 등 소셜미디어 플랫폼이 본격적으로 성장하면서 이 상황은 빠르게 바뀌기 시작했다. 디지털 미디어는 기성 미디어에 의존하지 않고도 자신만의 채널로 대중에게 다가갈 수 있는 도구가 되었고, 이는 특히 마케팅 자원이 부족한 비주류 스포츠에 결정적인 기회가 되었다.

소셜미디어의 핵심은 ‘스토리텔링’과 ‘접근성’이다. 전통적인 방송에서는 경기 외적인 이야기나 선수 개인의 성장 서사에 집중하는 콘텐츠가 제한적이었다. 그러나 유튜브와 같은 플랫폼에서는 경기력뿐 아니라 훈련 과정, 장비 리뷰, 일상 브이로그, 팬과의 실시간 소통까지 모든 콘텐츠가 선수가 직접 기획하고 배포할 수 있다.
이는 팬들과의 유대감을 강화하며, 종목 자체의 접근성을 높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2. 클라이밍과 파쿠르: 거리에서 무대로

비주류 스포츠 중에서도 클라이밍과 파쿠르는 소셜미디어를 통한 성장 가능성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다.
특히 클라이밍은 2020 도쿄 올림픽에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며 급격한 관심을 받기 시작했지만, 그 이전부터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을 통해 전 세계 팬들과 소통한 선수들이 많았다.

그 중 대표적인 인물이 노르웨이 출신의 전직 프로 클라이머 Magnus Midtbø(마그누스 미드보)다. 그는 유튜브에서 전신 훈련, 클라이밍 챌린지, 암장 리뷰, 셀럽과 함께하는 클라이밍 콘텐츠 등을 꾸준히 업로드하며 글로벌 구독자를 확보했다. 그의 채널은 단순한 스포츠 콘텐츠를 넘어서 운동 루틴, 건강한 삶, 도전 정신을 전파하는 공간이 되었고, 이는 클라이밍의 대중적 이미지 형성에 큰 영향을 미쳤다.

한편 파쿠르는 이미 영상 콘텐츠에 최적화된 스포츠다. 도시 속을 질주하며 장벽을 넘고 건물을 뛰어넘는 장면은 영화나 게임 속 장면을 연상시키며, 틱톡과 인스타그램 릴스에서 빠르게 퍼질 수 있는 짧고 강렬한 영상 소재로 활용되었다.
유명 파쿠르 크리에이터인 Dom Tomato는 인스타그램과 유튜브를 통해 파쿠르의 위험성, 철학, 도전 정신을 유쾌하면서도 진지하게 담아내며 비주류 스포츠의 정체성을 성공적으로 확립한 사례다. 그의 활약은 단순한 스타를 넘어서, 종목 자체의 매력과 철학을 세계에 알리는 브랜딩 도구로 작용하고 있다.

 

3. 유튜브와 트위치: 종목 해설자에서 콘텐츠 제작자로

소셜미디어는 이제 단순한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도구가 아닌,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는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

유튜브와 트위치는 비주류 스포츠 선수들에게 ‘경기력 외적인 영향력’을 키울 수 있는 무대를 제공하며, 스포츠에 대한 해설, 교육, 팬 소통, 실시간 훈련 브이로그 등 다양한 콘텐츠 생산을 가능하게 한다.


예를 들어, 디스크골프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유튜브 채널 “JomezPro”는 비주류 스포츠 콘텐츠로는 이례적으로 수십만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으며, 고화질 중계, 전략 해설, 슬로우모션 분석 등을 통해 디스크골프의 매력을 극대화시킨다.
이 채널은 단순한 팬층 확보를 넘어서 신규 입문자를 위한 교육 콘텐츠를 제공하고, 경기 외적인 스토리텔링으로 브랜드와 협업하는 플랫폼으로 발전했다.

클라이밍 분야에서 앞서 언급한 Magnus Midtbø는 트위치 스트리밍을 통해 팬들과 직접 소통하며 실시간 훈련을 공유하고, 챌린지 영상에서는 다양한 유명 인사들과 함께 콘텐츠를 제작하며 주류 문화와의 접점을 확대하고 있다. 그의 콘텐츠는 "하이레벨 챌린지 + 입문자 교육 + 브이로그 스타일"이라는 세 가지 요소를 동시에 충족시키며, 스포츠 교육과 팬 경험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한다.

 

4. 틱톡과 인스타그램: 60초 안에 팬을 만든다

틱톡과 인스타그램은 짧은 시간 안에 강한 인상을 남겨야 하는 구조 덕분에 빠르고 직관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데 최적화된 플랫폼이다. 이 두 플랫폼은 특히 10~20대의 사용자 비중이 높아, 젊은 세대에게 비주류 스포츠의 문턱을 낮추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틱톡에서 유명한 롤러스케이팅 크리에이터 Ana Coto는 자유롭게 음악에 맞춰 스케이팅을 즐기는 영상을 꾸준히 올리며 전 세계적으로 스케이팅 붐을 일으켰다. 그녀는 과거 디즈니 채널 출신 배우였지만, 롤러스케이팅 콘텐츠로 인기를 얻으며
스포츠 스타로서의 새로운 정체성을 구축했다. 이는 스포츠 스타와 셀럽의 경계를 허물며, 비주류 스포츠도 라이프스타일의 일부로 소비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브라질 출신의 파쿠르 선수 Caio Freitas는 틱톡을 활용해 도심 속 파쿠르 챌린지를 꾸준히 업로드하고 있다. 그의 영상은 짧지만 강렬한 기술 시연으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으며, 세계 각국의 파쿠르 팬들과 교류하며 팬덤을 형성하고 있다.

이처럼 짧은 영상 플랫폼은 기존 미디어보다 훨씬 빠르고 강력하게 인지도를 높일 수 있는 무기로 작용하며, 비주류 스포츠 선수들이 대중적인 브랜드와 협업하거나, 자체 브랜드를 구축하는 데 실질적인 기반이 되고 있다.

소셜미디어가 만든 비주류 스포츠 스타들

5. 소셜미디어 시대의 스포츠 아이덴티티

과거에는 실력 있는 선수라도 스폰서나 방송 노출 없이는 대중에게 알려지기 어려웠다. 하지만 지금은 소셜미디어 자체가 새로운 스포츠 무대다. 팔로워 수, 콘텐츠 조회수, 팬들과의 상호작용이 선수의 시장성과 가치로 직결되고 있으며,
이는 비주류 스포츠 선수들에게도 공정한 경쟁 기회를 제공한다.

특히 중요한 것은, 소셜미디어가 단지 유명세를 위한 도구가 아니라 종목 자체를 브랜드화시키는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선수 개인의 매력, 종목의 특성, 문화적 정체성 등을 복합적으로 전달하면서, 스포츠 전체의 대중적 인식과 참여도를 바꾸는 데 기여하고 있다.

 

※ 결론: 스타가 만든 종목, 팬이 만든 시장

비주류 스포츠가 주류로 진입하는 가장 빠른 길은 '인물'이다. 소셜미디어는 이 인물을 스타로 성장시킬 수 있는 도구이자 무대다. 그리고 팬들은 이 스타와 함께 종목을 사랑하게 되고, 시장을 만들어간다.

궁극적으로 소셜미디어는 비주류 스포츠를 위한 일회성 유행이 아닌,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제공한다.
이제는 미디어를 활용하는 능력 자체가 스포츠인의 핵심 역량 중 하나로 간주되는 시대다. 소셜미디어와 함께 성장하는 스타들, 그리고 그들이 일으키는 종목의 변화는 비주류 스포츠의 ‘제2의 전성기’를 만들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