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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비주류 스포츠와 글로벌 음악 문화: 사운드트랙으로 듣는 스포츠 아이덴티티

by 박이그린 2025. 4. 27.

소리로 감각하는 스포츠

스포츠는 단순한 육체적 활동을 넘어서, 시각, 청각, 촉각 등 감각 전반을 아우르는 총체적 경험입니다. 특히 음악은 그중에서도 감정의 진폭을 증폭시키며 스포츠의 리듬과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습니다. 메이저 스포츠에서는 국가대표 경기의 공식 응원가, 경기장 내 배경 음악, 선수 입장곡 등이 관중의 열기를 고조시키고 팀과 팬 사이의 소속감을 강화하는 도구로 사용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비주류 스포츠에서는 음악이 그보다 훨씬 더 창의적이고, 독립적인 방식으로 스포츠 아이덴티티를 구축합니다. 이 글에서는 비주류 스포츠와 글로벌 음악 문화가 어떤 방식으로 만나고 교차하는지, 그리고 그 속에서 '스포츠의 사운드트랙'은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음악과 스포츠의 경계, 그 너머의 창조

비주류 스포츠의 가장 큰 특징은 형식과 장르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움입니다. 이러한 자유로움은 음악 선택과 활용에서도 잘 드러납니다. 예를 들어 스케이트보딩, 프리스타일 BMX, 파쿠르 등은 스포츠이자 하나의 퍼포먼스로서, 선수의 동작과 함께 어우러지는 음악이 경기의 일부이자 표현의 매체로 작동합니다. 특히 파리와 베를린 등 유럽의 대도시에서 열리는 스트리트 댄스와 스케이트보딩 페스티벌에서는 DJ가 실시간으로 음악을 믹싱하며 경기의 박자를 조율합니다. 이는 선수들의 동작이 음악의 비트에 반응하며 즉흥적으로 창조되는 퍼포먼스를 만들어내는 방식으로, 스포츠와 음악이 실시간으로 공존하고 상호작용하는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지역 사운드와 스포츠의 동기화

비주류 스포츠는 종종 특정 지역의 음악 문화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그 지역의 정체성을 함께 표현합니다. 예를 들어 브라질의 카포에라는 무술, 춤, 음악이 결합된 독특한 스포츠로, 전통적인 악기 '베림바우'의 리듬과 함께 기술이 펼쳐집니다. 이 리듬은 단지 배경음이 아니라 경기의 규칙과 템포를 결정하며, 참여자들 사이의 교감을 이끌어내는 핵심 요소입니다.

또한 자메이카의 ‘댄스홀 크리켓’ 문화에서는 경기 중 음악이 계속해서 울려 퍼지며, 관중과 선수 모두가 박자에 맞춰 몸을 움직입니다. 이는 단순한 응원이 아니라, 스포츠와 음악이 동시적으로 즐겨지는 축제의 형태를 띱니다. 이러한 예시는 스포츠가 그 지역의 음악과 문화 속에서 어떻게 융합되어 새로운 스포츠 경험을 만들어내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비주류 스포츠와 글로벌 음악 문화: 사운드트랙으로 듣는 스포츠 아이덴티티

 

 

 

글로벌 댄스 음악과 e-스포츠의 결합

디지털 시대에 접어들며 스포츠의 범위는 가상 공간으로 확장되었습니다. 그중에서도 e-스포츠는 전통적인 스포츠와는 다른 양상으로 음악 문화를 흡수하며, 새로운 형태의 정체성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특히 글로벌 EDM(일렉트로닉 댄스 뮤직)은 e-스포츠의 시청 경험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LoL Worlds)은 대표적인 예시입니다. 매년 새로운 주제곡이 제작되고, 유명 뮤지션들과의 협업을 통해 무대가 연출되며, 해당 음악은 전 세계 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깁니다. 2020년에는 K/DA라는 가상 아이돌 그룹이 등장해 게임 캐릭터들을 중심으로 제작된 음악이 빌보드 차트에까지 오르며, e-스포츠가 음악 산업과 어떻게 유기적으로 연계되는지를 증명했습니다.

이러한 흐름은 단순히 e-스포츠를 배경 음악과 함께 즐기는 것을 넘어서, 음악 자체가 스토리텔링의 수단이 되며 경기의 몰입도를 강화하는 장치로 작동하게 만듭니다. 더 나아가 팬들은 특정 음악과 특정 경기, 선수의 이미지까지 결합해 자신만의 응원 방식과 기억을 구축하게 됩니다.

 

힙합과 스트리트 스포츠의 오랜 동행

비주류 스포츠와 음악의 관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또 하나의 흐름은 힙합과 스트리트 스포츠의 동반 성장입니다. 스케이트보딩, 그래피티, 프리스타일 농구, 비보잉 등은 모두 힙합 문화에서 기인하거나 그 영향을 깊이 받았습니다. 이 스포츠들은 단순한 경기라기보다는 거리 예술의 일환으로 받아들여졌고, 그 과정에서 힙합의 리듬과 감성이 이들의 운동 방식과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큰 역할을 해왔습니다.

특히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스트리트볼 대회 ‘베니스 비치 리그(Venice Basketball League)’는 경기 내내 힙합 음악이 흐르고, 경기 중간에는 랩 배틀과 댄스 배틀이 열리기도 합니다. 이는 스포츠가 단순히 승부를 겨루는 공간이 아니라, 다양한 소리와 몸짓이 어우러지는 문화적 무대임을 보여줍니다. 힙합은 이 무대를 풍성하게 만들고, 스포츠는 힙합의 감성을 물리적으로 표현하는 장이 됩니다.

 

음악으로 기록된 스포츠의 기억

음악은 스포츠 경험을 단순한 ‘기억’이 아닌 ‘감정적 기록’으로 바꾸는 도구입니다. 특히 비주류 스포츠에서는 방송 중계나 공식적인 기록이 부족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선수들이 직접 자신만의 영상에 음악을 입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개인의 플레이를 예술로 포장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세계에 알리는 방법이 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프랑스의 파쿠르 선수들은 자신들의 트릭을 촬영한 영상을 유튜브에 업로드할 때 로컬 DJ의 음악이나 언더그라운드 비트 음악을 활용합니다. 이들은 단순한 BGM이 아니라, 지역 사회와의 연결, 자신이 속한 문화권의 사운드를 통해 자신을 드러내는 방식입니다. 다시 말해, 음악은 움직임의 의미를 부여하고, ‘이건 단순한 운동이 아니라 예술이다’라는 메시지를 암묵적으로 전달하는 매개체가 됩니다.

 

스포츠 아이덴티티, ‘소리’를 통해 다시 듣다

비주류 스포츠와 음악의 관계는 단순한 배경음을 넘어서 정체성을 형성하는 핵심 요소로 기능하고 있습니다. 소리와 리듬은 운동의 방식과 감각을 정의할 뿐만 아니라, 한 스포츠가 자신만의 문화를 형성해 나가는 데에도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전통 스포츠가 규칙과 성과 중심의 정체성을 지녔다면, 비주류 스포츠는 ‘나만의 리듬’으로 존재를 말합니다. 음악은 그 리듬을 눈에 보이게, 그리고 귀에 들리게 만들어주는 수단입니다.

이는 또한, 글로벌 문화 속에서 비주류 스포츠가 어떻게 국경을 넘어 정착하게 되는지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합니다. 언어가 통하지 않아도, 특정한 음악과 움직임만으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고, 이는 국적이나 배경과 관계없이 팬덤을 구성할 수 있는 강력한 도구가 됩니다. 음악은 말보다 빠르게 감정을 전달하며, 그것이 담긴 스포츠 영상과 함께 기억될 때, 하나의 새로운 서사가 만들어집니다.

결국, 비주류 스포츠는 음악을 통해 존재를 소리 내어 말하고, 대중은 그 소리를 듣고 기억합니다. 스포츠의 본질이 ‘경쟁’에서 ‘표현’으로 확장되는 지금, 우리는 음악이라는 청각적 매체를 통해 스포츠를 새롭게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비주류’는 더 이상 주변부의 정체성이 아니라, 고유의 언어와 감성, 리듬을 지닌 또 하나의 중심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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