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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비주류 스포츠의 법적 과제: 공간, 안전, 보험의 사각지대

by 박이그린 2025. 4. 22.

비주류 스포츠와 제도의 틈

비주류 스포츠는 자유롭고 창의적인 움직임으로 대중을 매료시키지만, 동시에 제도권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관심 부족이 아니라, 법적·제도적 시스템이 이들의 존재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거리에서 펼쳐지는 파쿠르, 스케이트보딩, BMX, 그리고 클라이밍과 같은 종목들은 '스포츠'라기보다는 때로는 '일탈'이나 '공공질서의 방해'로 간주되기도 합니다. 이러한 인식의 간극은 법적 규제와 제도의 부재로 이어지고, 결국 공간, 안전, 보험 등의 현실적인 문제를 발생시키고 있습니다.

 

비주류 스포츠의 법적 과제: 공간, 안전, 보험의 사각지대

 

공간의 문제: 어디서 운동할 것인가?

비주류 스포츠 종목들은 특성상 일반적인 경기장이나 체육관이 아닌, 도시의 틈새나 자연의 일부를 무대로 삼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활동 공간은 법적으로 명확히 허용된 장소가 아닌 경우가 많아, 사용자와 행인, 혹은 지방자치단체와의 갈등이 반복적으로 발생합니다. 예를 들어 스케이트보더가 도심의 계단이나 레일을 활용하는 경우, 이는 공공시설의 훼손이나 보행자의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로 비칠 수 있습니다. 그 결과, 단속이나 벌금 부과의 대상이 되기도 하며, 종종 경찰과의 충돌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이러한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일부 도시는 비주류 스포츠 전용 공간을 마련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여전히 이러한 움직임이 부족한 것이 현실입니다. 법적으로도 "비주류 스포츠 전용 구역"에 대한 정의나 권한이 모호하기 때문에, 해당 공간의 조성이나 유지·관리 책임을 두고 행정적 공백이 생기기 쉽습니다.

 

안전의 문제: 규제와 보호 사이

비주류 스포츠는 일반적으로 신체적 위험을 수반합니다. 그 자체로 극한의 도전과 창의성이 강조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 위험은 법적 제도 안에서 보호받기보다는, 오히려 규제와 금지의 대상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위험한 스포츠는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인식은 종종 정부나 공공기관이 안전 매뉴얼이나 가이드라인을 제공하지 않는 이유가 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공공장소에서의 파쿠르나 프리러닝은 그 위험성과 더불어 민원 발생 가능성 때문에 불법적 행위로 간주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러한 규제는 활동을 제한할 뿐만 아니라, 더 안전하고 체계적인 교육이나 장비 보급, 훈련 환경 마련 등 실질적인 보호책이 제공되지 않는 결과로 이어집니다. 즉, 규제는 존재하되 보호는 부족한 이중적인 현실이 지속되고 있는 셈입니다.

 

보험의 사각지대: 책임은 누구의 몫인가?

비주류 스포츠에 종사하거나 즐기는 사람들은 종종 부상 위험에 노출되어 있지만, 이들이 가입할 수 있는 보험 상품은 거의 존재하지 않습니다. 일반적인 실손보험이나 상해보험은 종목에 따라 보장을 제한하거나 아예 가입 자체를 거부하기도 합니다. 이는 보험사 측이 해당 스포츠의 위험도를 지나치게 높게 평가하거나, 비주류 스포츠 자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스폰서 없이 개인적으로 활동하는 아마추어 선수나 취미 생활자로서 비주류 스포츠를 즐기는 이들은, 사고 발생 시 모든 책임을 개인이 떠안아야 하는 상황에 직면합니다. 치료비, 후속 재활 비용, 심지어 장기적 장애로 이어지는 경우까지도 개인의 부담입니다. 이러한 현실은 비주류 스포츠의 접근성을 낮추고, 새로운 인재의 유입을 가로막는 요소로 작용합니다.

한편, 스포츠 관련 단체나 커뮤니티 차원에서도 보험에 공동 가입하거나 단체 보험을 통해 최소한의 보장을 마련하려는 시도가 있지만, 제도적으로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지원 체계는 거의 없습니다. 결과적으로, 비주류 스포츠에 참여하는 이들은 '자기 책임'이라는 원칙 아래 방치되고 있는 셈입니다.

 

제도화의 가능성과 국제 사례

해외에서는 비주류 스포츠에 대한 제도적 접근을 통해 이러한 문제를 일부 해결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캐나다의 브리티시 컬럼비아 주에서는 지역 자치단체가 스케이트파크, BMX 트랙 등을 직접 조성하고, 이를 관리하는 공공조직과 사용자 간 협약을 통해 안전관리 매뉴얼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또한 지역 단체와 연계하여 스포츠 교육 프로그램, 보험 가입 지원 등을 함께 운영함으로써, 참가자들이 보다 안전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또한 프랑스에서는 파쿠르가 정식 스포츠로 인정되면서, 교육기관과 협력하여 청소년 대상의 정규 수업에 포함되기도 하고, 그에 따라 보험사들도 파쿠르 전용 보험 상품을 출시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흐름은 제도와 시장이 함께 작동할 때 비주류 스포츠도 주류 스포츠와 동일한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한국에서도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스케이트보드 전용 공간을 조성하거나 지역 축제를 통해 스트리트 스포츠 문화를 장려하고 있지만, 이러한 시도는 아직 전국적 제도화로 이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다양한 종목의 특수성을 고려한 법적 프레임워크의 구축이 요구되는 시점입니다.

 

법과 제도의 역할: 규제냐, 보호냐

궁극적으로 비주류 스포츠를 바라보는 법과 제도의 역할은 ‘어떻게 규제할 것인가’보다,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습니다. 창의성과 다양성이 핵심인 이 분야는 일률적인 규제보다는, 유연한 가이드라인과 교육, 그리고 참여자 중심의 안전 시스템을 통해 보호받아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비주류 스포츠의 사회적 가치를 재평가해야 합니다. 이들은 단지 소수의 취미나 놀이가 아니라, 현대 도시 문화의 일환이며, 청년 세대의 정체성과 커뮤니티 형성의 장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입법자와 행정가는 이러한 문화적 맥락을 이해하고, 법률과 정책으로 이를 반영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또한 비주류 스포츠에 특화된 보험 상품의 개발, 공공시설 내 활동 공간 확보, 지역 커뮤니티와의 협력 체계 구축 등 다각적인 접근이 병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스포츠는 단지 경기의 영역을 넘어, 사회 전체의 다양성과 역동성을 반영하는 문화입니다. 그렇기에 비주류 스포츠에 대한 법적 보호는 단지 개인의 안전만이 아니라, 공동체 전체의 문화적 성숙도를 높이는 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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