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스포츠

사회적 소외계층과 비주류 스포츠: 감옥, 거리, 쉼터에서 피어난 열정

by 박이그린 2025. 4. 17.

스포츠는 누구의 것인가?

스포츠는 흔히 평등한 경쟁과 노력의 결실로 인식되곤 합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사회적 지위, 경제력, 교육 수준에 따라 스포츠에 접근하는 방식과 기회는 현격히 다릅니다. 특히 사회적 소외계층, 즉 노숙인, 보호관찰 대상자, 청소년 쉼터 이용자 등은 주류 스포츠의 시스템에서 완전히 배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이들이 모인 공간에서 ‘비주류 스포츠’는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그곳은 바로 감옥, 거리, 쉼터입니다. 이 공간들에서 스포츠는 단순한 신체 활동을 넘어 자존감 회복, 공동체 형성, 사회 재진입의 발판이 됩니다.

 


감옥 속 스포츠: 억압과 구속을 넘는 자유의 몸짓

교정시설은 자유가 제한된 공간입니다. 하지만 그 안에서조차 스포츠는 놀라운 방식으로 존재합니다. 특히 비주류 스포츠는 기존의 경쟁 중심 스포츠보다 훨씬 더 순응적이고 치유적인 방식으로 수용됩니다. 미국의 여러 주립 교도소에서는 수감자들에게 요가와 칼리데닉스(맨몸 운동)를 통한 심신 회복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예는 노르웨이의 바스토이 교도소입니다. 이곳은 수감자들이 스포츠 클럽을 운영하고, 프리즘 밖의 지역 주민들과 축구 경기나 자전거 대회를 벌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이 스포츠들이 단순한 ‘운동’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는 점입니다. 참여자들은 협동, 인내, 감정 조절, 신뢰 등을 배우고, 이러한 요소들이 사회 복귀 후의 삶을 준비하게 합니다.
또한 영국의 ‘Prison Phoenix Trust’ 같은 단체는 감옥 내 요가 수업을 통해 내면의 치유를 강조합니다. 이와 같은 사례는 비주류 스포츠가 가진 비폭력적이고 성찰적인 속성이 교정 프로그램에서 이상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거리 위의 스포츠: 생존과 문화의 경계를 허문다

거리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스포츠는 생존과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습니다. 전통적인 스포츠 클럽이나 훈련소를 찾을 수 없는 상황에서, 비주류 스포츠는 오히려 그들에게 가장 현실적인 선택지가 됩니다.
대표적인 예가 스트리트 풋살이나 농구입니다. 뉴욕 브루클린, 브라질의 상파울루, 케냐 나이로비의 키베라 슬럼에서는 청소년들이 매일 같이 거리에서 공을 차며 하루를 보냅니다. 이들은 자신만의 규칙을 만들고, 주변 환경을 활용해 창의적인 플레이를 펼칩니다. 때로는 이를 통해 지역 대회를 조직하거나, NGO 및 커뮤니티 센터와 연계해 정식 리그로 발전하기도 합니다.
특히 브라질의 빈민가인 파벨라에서는 ‘Favela Street’ 프로젝트가 유명합니다. 이 프로젝트는 과거 갱단에 소속돼 있던 청년들이 스트리트 축구 코치를 통해 지역 청소년을 가르치며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이들이 만든 룰은 단순한 승부를 넘어서, 협동과 존중, 창의력을 우선하는 방향으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이는 정형화된 스포츠 문법과는 다른 새로운 스포츠 문화를 만들어 냅니다.

 

사회적 소외계층과 비주류 스포츠: 감옥, 거리, 쉼터에서 피어난 열정

 

쉼터에서 피어난 롤러 더비 팀: 공동체와 저항의 상징

 

청소년 보호시설이나 여성 쉼터는 비주류 스포츠가 가장 역동적으로 꽃피는 공간 중 하나입니다. 특히 페미니즘, 성소수자 인권 등 사회적 소수자의 목소리를 스포츠로 표현할 수 있는 무대가 바로 이곳입니다.
대표적인 사례는 미국 시애틀의 여성 쉼터 기반 롤러 더비 팀 ‘Skate Like a Girl’입니다. 이 팀은 단순한 스포츠 팀이 아닌, 폭력 피해 생존자들이 자존감을 회복하고, 집단 트라우마를 이겨내는 과정에서 시작됐습니다. 이들은 보호시설에서 훈련을 시작해 지역 대회에 참가하고, 자신들의 이야기를 다큐멘터리로 제작하기도 했습니다.
롤러 더비라는 종목은 전통적인 여성성과는 다른, 강인함과 저항의 상징이 되며, 이 팀의 존재 자체가 사회적 약자들이 스포츠를 통해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이런 사례는 쉼터가 단순히 피난처가 아니라, 새로운 가능성의 출발점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스포츠를 통해 연결된 글로벌 네트워크

비주류 스포츠의 가능성은 각국의 지역적 상황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펼쳐지고 있으며, 글로벌 NGO 들의 활동으로 서로 연결되기도 합니다. 예컨대 국제 NGO인 Homeless World Cup Foundation은 70여 개국 노숙인 팀이 참여하는 노숙인 월드컵을 매년 개최합니다. 이 대회는 단순한 축구 대회를 넘어서, 참가자들의 사회 복귀와 자립을 돕는 일종의 재활 플랫폼입니다.
이외에도 ‘Skateistan’은 아프가니스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에서 거리 청소년들을 위한 스케이트보딩 교육을 제공하면서 교육, 위생, 성평등 등을 함께 교육하는 혁신적 모델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례는 비주류 스포츠가 물리적 환경을 넘어서 글로벌 공동체를 형성할 수 있는 힘을 지녔다는 증거입니다.

 

제도 바깥의 에너지, 미래의 제도로

오늘날 비주류 스포츠는 단지 ‘대안적인 취미’에 머물지 않습니다. 특히 사회적 소외계층에게는 삶의 방향성을 회복하고, 공동체의 일원으로 다시 발을 딛게 하는 디딤돌이 됩니다. 이들이 주도한 스포츠 활동은 단순한 참여에 그치지 않고, 사회 구조에 문제를 제기하고 새로운 시스템을 요구하는 하나의 ‘운동’으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예컨대 일부 지역에서는 노숙인 출신 선수들이 지역 축구 코치나 커뮤니티 리더로 활동하며,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청소년 프로그램을 주도하기도 합니다. 이는 단순한 스포츠 활동의 결과가 아니라, 새로운 사회적 역할을 만드는 과정입니다. 이런 변화는 비주류 스포츠의 자율성과 포용성, 그리고 시스템 밖에서도 운영 가능한 유연성 덕분에 가능해진 것입니다.

 

※ 결론: 스포츠는 가장 낮은 곳에서 시작될 때 가장 높이 오른다

주류 스포츠가 산업화되고 자본 중심으로 재편되는 지금, 비주류 스포츠는 인간 본연의 신체성과 공동체의 가치를 다시 일깨워 줍니다. 특히 감옥, 거리, 쉼터라는 사회의 가장 낮은 곳에서 스포츠가 발화하고 있다는 사실은 깊은 의미를 지닙니다. 이는 스포츠가 단지 국가대표나 올림픽 메달을 위한 도구가 아니라, 인간 존엄과 회복, 그리고 사회 정의를 위한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상징합니다.
스포츠는 이제 더 이상 특권층만의 놀이가 되어선 안 됩니다. 비주류 스포츠는 그것을 증명하고 있으며, 사회적 소외계층과 함께 만들어가는 이 변화는 스포츠의 본질을 다시 정의하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함께 뛰고, 새로운 문화를 인정하는 용기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