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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비주류 스포츠의 글로벌 전파: 제3세계에서의 수용과 변형

by 박이그린 2025. 4. 16.

글로벌화 시대, 스포츠 문화의 다변화

세계화(Globalization)의 흐름은 단순한 자본과 정보의 이동을 넘어, 문화적 다양성의 교차점에서도 두드러진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그중에서도 스포츠는 문화적 코드이자 정체성의 상징으로서, 국경을 넘는 주요 매개체로 작용해 왔습니다. 전통적으로는 축구, 농구, 야구와 같은 메이저 스포츠가 주도적인 위치를 점해왔지만, 21세기에 들어서면서 ‘비주류 스포츠’가 새로운 문화적 자산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특히, 제3세계로 통칭되는 개발도상국 및 저소득 국가들에서는 이러한 비주류 스포츠가 단순한 여가의 수단을 넘어, 사회적 연대와 문화적 표현, 청년 계층의 자립 수단으로까지 기능하며 그 가치가 재조명되고 있습니다. 자본 중심의 기존 스포츠 산업이 아니라, 창의성과 커뮤니티 중심성이 강점인 비주류 스포츠는 제3세계에서 오히려 그 잠재력을 확장하고 있는 셈입니다.

 

힙합과 브레이킹, 도시 청년들의 새로운 언어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는 브레이킹(Breaking), 일명 브레이크 댄스로 알려진 스트리트 댄스 문화입니다. 이 종목은 2024 파리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지만, 그 뿌리는 미국 뉴욕의 브롱크스와 같은 저소득 도시 지역에 있습니다. 그러나 이 춤은 남미, 아프리카, 동남아 등지에서도 빠르게 확산되며 도시 빈곤층 청년들의 문화적 언어로 자리 잡았습니다.

특히 콜롬비아의 메데인,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요하네스버그에서는 브레이킹이 갱단이나 마약 문제에 노출된 청년층에게 긍정적 탈출구 역할을 해왔습니다. 유튜브와 SNS를 통해 전 세계의 댄서들이 교류하고 있으며, 각 지역의 전통 음악과 결합해 독특한 스타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단순한 수입 문화가 아닌 창조적 재해석을 통한 지역화(localization)가 이루어지는 과정입니다.

 

스케이트보딩, 저항과 창조의 움직임

또 다른 예는 스케이트보딩(Skateboarding)의 확산입니다. 원래 미국의 서브컬처로 출발한 스케이트보딩은 거리 문화와 청년 저항의 상징이었지만, 현재는 아프리카, 중동, 아시아의 도시들에서도 하나의 ‘문화적 상상력’으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특히 우간다의 ‘Skateistan Africa’와 같은 단체들은 어린이와 여성, 빈곤층 청소년을 위한 스케이트보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공간은 단순히 트릭을 배우는 장소가 아니라, 문해 교육, 젠더 평등, 지역 커뮤니티 형성의 중심지가 되기도 합니다. 방글라데시 다카에서는 도시 슬럼 지역 청년들이 거리의 장애물과 폐재료를 이용해 스케이트 공원을 직접 만들기도 했습니다. 이는 기술적 장벽 없이도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창의적 적응력의 상징입니다.

스케이트보딩은 세계 곳곳에서 점점 더 지역문화와 융합되고 있으며, 때로는 정치적 메시지를 담은 퍼포먼스로도 활용됩니다. 이는 단지 서구 문화의 유입이 아니라, 제3세계 지역에서 문화적 혼종성과 사회참여의 도구로 변모하고 있는 스케이트보딩의 특별한 면모를 보여줍니다.

 

인도네시아 서핑 문화의 로컬리티

비주류 스포츠의 지역화는 단지 도시 문화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서핑(Surfing)은 오랫동안 하와이나 캘리포니아의 전유물로 여겨졌지만, 최근에는 인도네시아, 필리핀, 인도, 세네갈 등의 해안 지역에서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특히 인도네시아의 발리(Bali)는 세계적인 서핑 명소로 유명하지만, 현지 청년들의 참여는 오랫동안 미미했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발리뿐만 아니라 자바, 수마트라 등지의 어촌 마을에서 지역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서핑 교육 프로그램이 운영되며, 지역 경제 활성화와 환경 보호 캠페인을 병행하는 모델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프로그램들은 서핑을 통해 관광산업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동시에 해양 환경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지속 가능한 관광과 스포츠의 접점으로 기능하고 있습니다. 이는 비주류 스포츠가 새로운 경제적 기회를 창출하는 수단으로도 기능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비주류 스포츠의 글로벌 전파: 제3세계에서의 수용과 변형

 

 

NGO와 국제기구의 역할

이러한 비주류 스포츠의 확산은 자생적으로만 이루어진 것은 아닙니다. 다양한 NGO와 국제기구들이 매개자로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습니다. 예를 들어, 국제 개발 NGO인 Skateistan, 그리고 유네스코의 스포츠 개발 프로그램 등은 스포츠를 통한 평화, 교육, 여성 권한 강화를 핵심 과제로 삼고 있습니다.

이 단체들은 단지 장비를 지원하는 데 그치지 않고, 코치 교육, 커리큘럼 개발, 안전 기반 시설 구축, 커뮤니티 주도형 운영 모델을 함께 제공합니다. 덕분에 단발성 이벤트가 아닌, 장기적이고 지속 가능한 스포츠 문화 정착이 가능해집니다. 이는 외부에서 주입된 스포츠가 아니라, 지역 구성원들이 주체가 되는 문화 전파 모델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제3세계에서의 비주류 스포츠의 변형과 재탄생

비주류 스포츠가 제3세계에서 단순히 수용되는 것을 넘어, 현지 문화와 융합하며 새로운 형태로 진화하는 사례도 늘고 있습니다. 예컨대, 에티오피아에서는 전통 무용 동작과 크로스핏을 결합한 피트니스 클래스가 생겨나고 있으며, 케냐 나이로비에서는 거리 농구와 전통 타악 연주를 결합한 스포츠 퍼포먼스가 청년 예술가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스포츠의 형식과 규칙을 절대적인 기준으로 보지 않고, 참여자들이 주체적으로 의미를 만들어내는 '문화적 실험장'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줍니다. 제3세계 지역에서는 비주류 스포츠가 기존 질서에 순응하지 않고 다시 쓰여지는 방식으로 구현되고 있습니다.

 

※ 결론: 새로운 세계 체계 속 스포츠의 방향

비주류 스포츠의 제3세계 확산은 단순한 문화 전파가 아니라, 새로운 정체성과 공동체의 탄생을 의미합니다. 자본 중심, 엘리트 중심의 스포츠 구조에서 벗어나, 자율성, 창의성, 지역성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스포츠 생태계가 가능함을 시사합니다.

앞으로의 스포츠 담론은 더 이상 서구 중심의 제도적 스포츠에만 머무르지 않고, 비주류 스포츠가 만들어내는 포용성과 다양성의 가치, 그리고 그것이 제3세계에서 어떻게 현지화되고 재창조되는지를 주목해야 합니다. 이는 단지 스포츠의 미래를 넘어, 인류 문화의 다양성과 지속가능성을 위한 중요한 단서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