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스포츠

“비주류 스포츠는 어떻게 주류가 되는가?” - 성장 과정과 변화의 흐름

by 박이그린 2025. 4. 4.

1. '비주류'란 이름 뒤에 숨겨진 잠재력

우리가 흔히 ‘비주류 스포츠’라고 부르는 종목들은 사실 단지 대중적인 인지도나 미디어 노출이 부족하다는 이유만으로 낮게 평가되곤 한다. 하지만 이 용어는 해당 종목의 본질적 가치와는 별개로, 시장 구조와 미디어 전략에 따라 만들어진 상대적 개념이다. 비주류라는 단어는 주류 종목에 비해 경기 인프라, 팬덤, 스폰서십, 방송 중계 등의 측면에서 열세에 있다는 의미로 쓰이지만, 최근 들어 이 틀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SNS와 스트리밍 플랫폼의 보급, 젊은 세대의 스포츠 소비 방식 변화, 참여 중심의 문화 확산이 기존 질서를 바꾸고 있기 때문이다. 즉, 과거에는 주류 스포츠만이 생존 가능한 구조였다면, 오늘날에는 다양한 스포츠가 자신만의 틈새시장을 만들고 성장할 수 있는 생태계가 형성되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단지 “인기”가 아닌 “지속 가능한 참여 구조”와 “자체 커뮤니티의 형성”이다. 이 두 요소를 충족시키는 순간, 비주류 스포츠는 더 이상 주변부에 머물 필요가 없어진다.

“비주류 스포츠는 어떻게 주류가 되는가?” — 성장 과정과 변화의 흐름

 

2. 초기 커뮤니티의 힘: 팬덤, 자원봉사자, 그리고 열정

모든 스포츠의 성장은 그 시작점에서 열정적인 커뮤니티의 뒷받침을 받는다. 

비주류 스포츠의 경우, 공식 기관이나 대기업의 후원이 아닌 팬, 선수, 관계자들의 자발적 참여와 헌신이 중요한 동력이 된다. 예를 들어, 플로어볼이나 얼티밋 프리스비 같은 종목은 초기에는 단순한 동호회나 대학 클럽 활동으로 출발했지만, 이들이 만들어낸 소규모 리그, 자체 경기 규칙, 콘텐츠 제작 등의 활동이 서서히 외연을 확장해 왔다. 특히 자원봉사자들이 심판, 경기 운영, 대회 기획 등 전반적인 시스템을 자발적으로 구축해 나가면서 ‘스포츠 커뮤니티의 자생력’이 성장을 견인하게 된다. 

 

팬덤 역시 이 시기에 중요하게 작용한다. 메이저 스포츠처럼 거대한 팬 베이스는 아니더라도, 해당 종목에 깊이 몰입한 소수의 팬이 블로그, 유튜브, SNS 등을 통해 종목을 홍보하고, 때로는 새로운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역할을 한다. 이는 단지 마케팅을 넘어선 ‘문화 형성’의 출발점이며, 스포츠 생태계의 질적 토대를 마련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3. 제도화와 미디어 노출: 전환점이 되는 순간들

비주류 스포츠가 일정 수준의 참여자와 커뮤니티를 확보하게 되면, 그다음 중요한 전환점은 제도화와 미디어 진입이다. 이는 경기 규칙의 표준화, 국내외 연맹 결성, 정기 리그 운영, 심판 시스템 구축 등 ‘제도적 틀’의 확보를 의미한다. 이를 통해 경기의 질과 일관성이 보장되고, 관람 경험 역시 향상된다. 제도화가 이루어지면, 미디어와의 연결 가능성도 열린다.

 

최근에는 전통 미디어뿐만 아니라 유튜브, 트위치, 틱톡(TikTok) 같은 플랫폼을 통해 비주류 스포츠도 자신만의 채널을 구축하고 있다. 특히 드론 촬영, 경기 하이라이트 편집, 선수 인터뷰 등의 콘텐츠는 시청자들에게 높은 몰입도를 제공하며, 마니아층이 아닌 일반인에게도 종목의 매력을 전달할 수 있다. 이러한 노출은 기업의 스폰서십 유입을 가능케 하고, 동시에 청소년 및 청년층의 참여를 촉진한다.

실제로 미국의 프로 라크로스 리그(PLL)는 디지털 중심의 콘텐츠 전략을 통해 빠르게 팬층을 확보했고, 이는 전통적인 스포츠 마케팅의 공식을 다시 쓰게 만든 대표적인 사례다.

 

 

4. 교육 시스템과 정책 지원의 중요성

아무리 흥미롭고 매력적인 스포츠라도, 장기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공식 교육 시스템과 정부의 정책적 뒷받침이 필수적이다. 학교 체육과 청소년 프로그램에 해당 종목이 포함되는 순간, 그 스포츠는 단순한 취미 활동을 넘어서 ‘사회적 스포츠 자산’으로 전환된다. 예를 들어 핀란드는 플로어볼을 공교육 체육 과목으로 도입한 뒤, 10년 만에 국가 대표급 선수를 배출하고, 국내 리그를 정착시켰다. 이는 단지 종목을 가르치는 것을 넘어서, 지도자 양성, 교사 연수, 경기 인프라 구축 등 복합적인 시스템 설계가 병행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지원 역시 비주류 스포츠에 큰 역할을 한다. 종목 특성에 맞는 시설을 제공하거나, 장비 구매 지원, 대회 개최 지원, 해외 교류 등을 통해 제도적 불균형을 해소하고 공정한 기회를 부여할 수 있다. 이는 스포츠의 다양성과 사회적 포용성을 확대하는 측면에서도 큰 의의를 가진다. 결국 비주류 스포츠가 주류로 전환되기 위해서는, 이러한 다층적인 공공 시스템의 개입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5. 주류가 된 이후의 과제: 정체성 유지와 지속가능성

비주류에서 주류로 성장한 스포츠는 새로운 고민과 마주하게 된다. 바로 정체성의 유지와 지속 가능한 성장 구조 확립이다. 상업성과 대중성을 확보하게 되면, 초기의 ‘순수성’이나 커뮤니티 중심 철학이 희석될 수 있으며, 경기 자체가 지나치게 흥행 위주로 변질될 위험도 있다. 이는 기존 팬들의 이탈을 초래하고, 종목 본연의 특색을 약화할 수 있다. 따라서 주류 스포츠로의 도약 이후에는, 커뮤니티와의 관계를 유지하고, 교육, 홍보, 경기력, 콘텐츠 품질 등 다양한 요소에서 ‘균형 잡힌 성장’을 도모해야 한다. 

 

또한 환경적 지속가능성, 젠더 다양성, 사회적 포용 등 현대 스포츠가 요구하는 가치들을 반영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러한 과정을 성공적으로 관리할 경우, 해당 종목은 단순한 흥행 대상이 아닌 문화적 자산으로 자리 잡게 된다. 라크로스, 스케이트보딩, 서핑 등은 모두 이러한 경로를 따라왔으며, 앞으로 더 많은 비주류 스포츠가 이 길을 걷게 될 것이다.

 


※ 결론: 틀을 바꾸는 스포츠, 새로운 시대의 중심으로

비주류 스포츠의 성장은 단순한 종목의 흥망성쇠를 넘어, 스포츠 문화 전반의 패러다임 전환을 의미한다. 

기술 발전, 미디어 환경의 변화, 새로운 세대의 가치관은 스포츠 생태계에 보다 다층적이고 유연한 구조를 요구하고 있다. 비주류 스포츠는 바로 이 틈을 파고들어, 작지만 강력한 커뮤니티, 낮은 진입장벽, 창의적인 경기 운영 방식 등을 통해 새로운 표준을 만들어가고 있다. 이는 앞으로 스포츠 산업뿐만 아니라 교육, 지역사회, 미디어 콘텐츠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결국 비주류 스포츠는 “어떻게 주류가 되는가”보다 “왜 새로운 중심이 되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우리에게 스포츠의 본질과 미래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