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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주류 스포츠와 신체 규범의 해체: ‘이상적인 몸’을 다시 묻다

박이그린 2025. 4. 24. 12:22

‘이상적인 몸’이라는 오래된 이상

현대 사회에서 ‘이상적인 신체’라는 개념은 오랫동안 미디어, 스포츠, 패션 산업을 통해 강화되어 왔습니다. 근육질의 남성, 늘씬하고 균형 잡힌 여성의 몸은 오랜 세월 동안 '정상'의 기준으로 자리매김해 왔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기준은 단지 시각적 아름다움에 대한 선호일 뿐만 아니라, 건강과 성취, 심지어는 도덕성까지 연결되며 많은 사람에게 압박감을 안겨주었습니다.

이러한 신체 규범은 주류 스포츠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엘리트 육상, 체조, 수영 종목에서는 체격 조건이 경기력에 결정적이라는 이유로, 특정한 신체적 특성에 대한 선별과 이상화가 공공연히 이루어졌습니다. 하지만 이런 기준은 과연 보편적 진리일까요? 누구나 이 틀에 맞춰야만 진정한 운동선수일까요?

 

규범을 흔드는 비주류 스포츠의 등장

비주류 스포츠는 이 질문에 도전합니다. 흔히 ‘대안적 스포츠’ 혹은 ‘경계 너머의 스포츠’로 불리는 이들은 기존 스포츠 문법에서 벗어나 독특한 신체 활용 방식과 다양성을 존중합니다. 이는 스포츠가 단지 규칙과 기록, 근육과 체지방률로만 설명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대표적인 예는 휠체어 스케이트보딩(WCMX)입니다. 휠체어를 이용한 익스트림 스포츠인 WCMX는 기존 스케이트보드 트릭을 바탕으로 한 기술을 바퀴 달린 휠체어로 구현하는 방식입니다. 미국의 애런 포더링엄(Aaron Fotheringham)은 WCMX의 선구자로, 그가 보여주는 공중 회전과 반동 점프 기술은 전통적인 '운동 능력' 개념에 도전장을 내밉니다. 그는 하반신 마비를 가지고 있지만, 누구보다도 공간을 자유롭게 누비며 관객들에게 감동을 선사합니다.

이처럼 WCMX는 신체 조건이 능력을 제한하지 않으며, 기술과 창의성, 끈기로 얼마든지 새로운 스포츠 문화를 만들 수 있음을 입증합니다. ‘비정상’으로 분류되었던 몸이 중심이 되는 순간, 오히려 기존의 기준이 흔들리게 됩니다.

비주류 스포츠와 신체 규범의 해체: ‘이상적인 몸’을 다시 묻다

 

 

정형화된 몸에 대한 도전

또 다른 사례는 커스티 무어(Kirsty Moore)와 같은 파워리프팅 선수들입니다. 일반적으로 ‘강한 여성’은 주류 문화에서 낯설고 때로는 거부감을 주는 이미지로 받아들여져 왔습니다. 그러나 여성 파워리프팅은 점점 더 주목받고 있으며, 그 안에서는 다양한 체형의 여성들이 등장합니다. 날씬함이나 여성스러움이라는 사회적 기대에서 벗어나, 무게를 들어 올리는 능력이 그들의 정체성을 정의합니다.

이들은 ‘여성은 작고 가늘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 도전하면서, 스스로의 신체를 사랑하고 자랑스럽게 여길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냅니다. 파워리프팅은 체중이나 체형이 경기력에 직접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에, ‘이상적인 몸’이라는 기준이 무의미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다양한 몸이 모이는 커뮤니티 스포츠

비주류 스포츠는 단지 경기 방식이나 스타일에서 다를 뿐 아니라, 포용성을 기반으로 한 커뮤니티 문화를 만들어갑니다. 대표적으로 로컬 서핑 커뮤니티나 댄스 배틀 기반의 프리스타일 브레이킹에서는 연령, 성별, 체형과 관계없이 다양한 사람들이 자신만의 스타일을 인정받습니다.

예를 들어, 태국의 여성 전통복을 입고 브레이킹 댄스를 선보이는 한 댄서는 국제 무대에서 자신의 독특한 몸짓으로 인정받으며, ‘춤추는 방식’이 규정된 바 없음을 보여줍니다. 누가 얼마나 높이 뛰었는지가 아닌, 그 몸이 만들어내는 감각과 메시지가 평가의 기준이 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현상은 ‘경쟁 중심’ 스포츠 문화에서 ‘표현 중심’ 스포츠 문화로의 전환을 의미합니다. 이제는 경기를 통해 누군가를 이기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의 몸으로 무언가를 ‘말할 수 있음’이 더 중요해졌습니다.

 

스포츠에서의 성별 해체

또한 비주류 스포츠에서는 성별 구분이 상대적으로 약하거나, 아예 없는 경우도 많습니다. 롤러 더비, 파쿠르, 스케이트보딩, 익스트림 BMX 등의 종목은 실력이나 스타일로 평가되기 때문에, 남성과 여성, 혹은 성 소수자 모두가 동등하게 참여합니다.

롤러 더비의 경우, 미국과 유럽에서는 다양한 성 정체성과 성 표현을 가진 사람들이 리그에 함께 소속되어 있고, 심지어 ‘퀴어 더비’ 리그도 존재합니다. 이는 스포츠가 반드시 성별 이분법을 전제로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실천적으로 보여줍니다. 몸은 본질적으로 유연하고, 규범은 해석될 수 있음을 이들은 행동으로 말합니다.

 

이상을 거부한 또 하나의 이상

비주류 스포츠에서 중요한 것은 ‘잘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규범을 거부할 용기와 자기 자신을 받아들이는 태도가 핵심입니다. 이는 ‘이상적인 몸’을 추구하기보다, ‘진정한 나’에 가까이 다가가는 여정이기도 합니다. 기존에는 ‘결점’이라 여겨졌던 몸의 조건들이 새로운 강점이 되며, 이는 사회 전반의 신체 다양성 인식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예를 들어, 비주류 스포츠계에서는 ‘두껍다’, ‘작다’, ‘비대칭이다’와 같은 특성들이 결코 열등함으로 여겨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개성과 표현력으로 연결됩니다. 이를 통해 사람들은 자신의 몸을 다시 바라보고, 사랑할 수 있게 됩니다.

 

사회를 향한 반문: 우리는 누구의 몸을 사랑하는가?

결국 비주류 스포츠는 우리에게 묻습니다.
"당신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몸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그 기준은 어디서 왔으며, 왜 따르고 있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다만,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의 몸을 받아들이고, 그 몸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습니다.

비주류 스포츠는 더 이상 소수의 여가 활동이 아니라, 신체의 자유와 정체성의 다양성을 실천하는 문화적 장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이 장에서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며, 모든 몸이 존중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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